추리 소설과 추리 게임의 다른 점 잡소리

 저는 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책의 수수께끼를 푸는 걸
즐기는건 아닙니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의도한대로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가 된 것 같아서
꺼림칙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소설의 트릭은 애초에 독자에게
불리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트릭을 만드는 것은 작가입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이 보고있는 것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작가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방 안을 조사할 때,
열리지 않는 서랍이나 금고가 있다고 한들
어떻게든해서 등장인물이 발견한 것이 있다고 한들
작가가 밝히지 않으면 우리는 알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고작 저 정도의 서술 트릭으로는 불쏘시개 취급을 받을 뿐이지만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숨겨놓고
독자들이 나름의 가설을 세울때쯤
단서를 꺼내서 뒤통수를 치고
혼자서 좋아하는 작가.

마치 공정한 게임을 하는 척하면서
점수를 매길 때쯤 어떻게든 이기려고
자신에게만 유리한 룰을 만들어내는
어린아이 같습니다.

 이런 글을 갑자기 쓰는 까닭은,
오늘 책을 읽던 도중 문득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추리소설은 읽을 때마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추리게임(필자의 경우에는 단간론파)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저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추리소설은 적당히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구경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추리게임은, 저로서는 드물게
몰입해서 플레이했던 것입니다.

 그 의문은,
둘의 차이점이 무엇이길래 저렇게 다른 느낌을 받은걸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나'라는 존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바도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나'는 작품 밖의 존재로
등장인물들은 '나'라는 존재의 유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상호작용도 없습니다.

그러나 '추리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는 엄연히
'주인공', '플레이어'라는 존재로 게임 속에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상호작용 역시 존재합니다.

 이제와서 깨닫기엔 너무 늦은 걸지도 모르지만,
소설은 독자를 위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사람의 존재를 상정한 문체를 구사하지만,
정작 내용은 작가 본인이 쓰고 싶은 내용일 뿐입니다.

반면에 게임 쪽이 오히려 더 독자, 아니 유저친화적이라는
의외의 결론에 다다른 것입니다.

 책은 유익한 것, 게임은 유해한 것이라는 인식이
아직 사회 상류층에게는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게임의 몰입성을 이용하여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접목에 성공한다면 책보다 효율이 좋지 않을까...

하고 10여년 전의 떡밥인 '학습게임' 같은
시시한 결말로 끝나버렸네요.



 그러고 보면 저는 그냥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시 같은 감성적인 건 서툴렀지만
에세이나 위인전 같은건 별로 싫어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